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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025년 대한민국 대선을 앞두고, 경선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의 중심에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경선 방식 확정을 두고 내부 반발과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늘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정당의 후보는 누구의 손으로 선출되어야 하는가?”
“국민 모두가 뽑아야 하는가, 아니면 정당의 당원이 결정해야 하는가?”이 논의는 단지 선거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정치의 철학을 다시 묻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이 논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특히 한국의 현실을 미국, 유럽의 사례와 비교하며 ‘오픈프라이머리’와 ‘폐쇄경선’의 의미와 함의를 분석해 본다.
🗳️ 오픈프라이머리란 무엇인가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정당의 후보를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택하는 방식이다.
당원이 아니어도, 심지어 해당 정당의 지지자가 아니어도,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구조다.이 방식은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국민적 관심을 정치 참여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점도 함께 안고 있다.- 역선택의 위험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약한 후보를 고르기 위해 참여할 수 있음 - 정당 정체성의 붕괴
정책과 철학을 공유하는 공동체로서의 정당 기능 약화 - 조직 없는 인기 정치로의 전락
조직 기반보다 순간적 인지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폐쇄경선이란 무엇인가
폐쇄형 경선은 정당의 당원만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정당 내부에서 충분한 숙의와 선출 절차를 통해,
그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후보를 결정한다.장점은 분명하다.
- 정당 책임정치 구현
후보가 정당의 약속과 노선을 대표할 수 있음 - 정당의 자율성과 통제 유지
외부 개입 없이 정당의 판단으로 후보 선출 가능 - 조직과 이념 중심의 선거 가능성
그러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반 국민과의 괴리감, 폐쇄적인 계파 정치, 낮은 대중성 등이 그 예다.
🇺🇸 미국: 오픈프라이머리의 실험장
미국은 오픈프라이머리 또는 세미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한 주가 많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주별로 경선 방식이 달라지며,
많은 주에서는 정당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배경에는 ‘후보 중심 정치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정당은 그리 강력한 조직이 아니다.
대신 후보 개인의 브랜드, 메시지, 캠페인 능력이 중요하다.
그 결과, 경선은 정당보다 개인 경쟁의 장이 되었고,
오픈프라이머리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하나의 민주주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그러나 미국에서도
- 역선택 논란,
- 포퓰리즘 경향 강화,
- 극단주의 후보의 부상
등 부작용은 끊이지 않는다.
🇰🇷 한국: 혼합형 모델 속의 혼란
한국은 현재 명확히 오픈프라이머리도, 폐쇄형도 아닌 혼합형 경선 구조를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 50% + 여론조사 50%를,
국민의 힘은 1차 경선은 여론조사 100%, 이후는 50:50 구조를 택하고 있다.이처럼 복합적 구조는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 당원 조직에 대한 불신
- 여론의 정당성에 대한 기대
- 동시에 존재하는 민심과 당심의 긴장감
- 계파 정치와 조직 선거에 대한 피로감
그러나 실제로는 이 혼합형이
정당도, 국민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절충 구조가 되면서
논쟁만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 유럽: 정당 중심 정치의 정석
유럽은 미국과는 정반대의 정치 구조를 갖고 있다.
정당은 단순한 선거 조직이 아니라, 정책을 책임지고 실행하는 정치 공동체다.- 독일:
경선 제도 자체가 없다.
정당이 내부 투표와 협의를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
정당은 헌법상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 영국:
정당별로 폐쇄형 경선을 통해 당원들이 대표를 선출
정당에 대한 충성도와 책임감이 강함 - 프랑스:
일시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시도했지만, 전통적으로는 정당 내부 주도의 후보 선출 구조 - 북유럽 국가들:
정당 대표가 후보를 직접 지명하거나, 의회 중심 정치에서 당내 절차로 후보가 정해진다.
즉, 유럽은 정당 정치가 시민 참여의 플랫폼이자, 정치 책임의 주체로서 기능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에 맞는 폐쇄적이지만 정당 중심의 후보 선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제도의 문제인가, 정치문화의 문제인가
경선 제도는 단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그 제도는 그 나라가 어떤 정치를 지향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미국은 참여와 경쟁을 중시하는 정치문화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택했고,
- 유럽은 정당 책임성과 조직 중심의 정치에서 폐쇄경선을 택했으며,
- 한국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경선 룰을 단지 공정성과 효율성만으로 논할 수는 없다.
국민이 어떤 정치 문화를 원하느냐,
정당이 어떤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 마무리하며
정당의 문은 누구에게 열려야 하는가.
국민 모두에게 열려야 할까, 아니면 정책과 철학을 공유하는 당원들에게만 허용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열자’ 혹은 ‘막자’로 나뉘지 않는다.정당이 열릴수록 더 많은 참여가 가능해지지만,
그만큼 책임과 정체성은 희석될 수 있다.
반대로, 정당이 닫힐수록 명확한 방향은 생기지만,
시민과의 거리감은 멀어질 수 있다.우리는 이제 제도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당정치의 방향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정치경제학 > 2025년 대선과 공약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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